인간의 노화, 그 숨겨진 조절 메커니즘
노화는 모든 생명체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 속도를 늦추고 장수를 실현할 수 있는 과학적 접근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KAIST 이승재 교수, 연세대 서진수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광표 박사 등 국내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세포 내에서 ‘펠로타(Pelota)’라는 단백질이 노화의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이번 연구는 2025년 8월 국제 학술지 PNAS에 게재되었으며, mRNA(메신저 RNA)의 품질관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바탕으로 노화와 장수의 비밀을 한 단계 더 밝혔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목 차
▧ 펠로타 단백질이란?
펠로타 단백질은 세포의 ‘리보솜’에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오류가 생긴 mRNA(유전 정보를 저장한 전령자 역할의 분자)를 감지하고 제거함으로써 리보솜의 품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에는 mRNA와 같은 RNA 수준에서의 품질 관리가 단순히 단백질 합성을 위한 매개체로만 인식되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RNA의 품질 관리가 노화 조절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이 규명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펠로타 단백질은 리보솜에서 발생하는 번역 오류나, 비정상적인 mRNA 때문에 멈춰 버린 단백질 합성기를 발견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결함 있는 mRNA는 자연스럽게 분해되고, 세포는 항상성을 유지하게 됩니다.
▧ 노화와 펠로타 단백질: 실험적 증거
연구진은 사람과 유전체 구조가 유사한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이라는 선충류 모델을 포함해 인간 세포, 마우스, 인간 유래 신경세포까지 다양하게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펠로타가 활성화되어 있거나 충분히 존재할 때, 선충의 수명이 연장되었고 인간 세포 및 동물 실험에서도 노화와 관련된 이상 신호가 감소함이 확인되었습니다.
실제로, 펠로타가 결핍된 경우에는 세포 내 ‘mTOR(엠토르)’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고, 노화 방어와 세포 정리(자가포식, autophagy) 능력이 급감하여 노화가 촉진된 반면, 펠로타가 제대로 기능하면 mTOR 신호를 정상 수준으로 억제하고 자가포식을 유도해 세포 건강을 지키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 생물종 간 일관성
- 선충(C. elegans) : 펠로타 결실 시 수명 단축, 활성화 시 수명 연장 확인
- 인간 세포 : 펠로타 결핍 시 조기 노화, 관련 단백질의 비정상 축적 및 세포 기능 저하
- 마우스(근육) : 펠로타 결실 시 근육 위축(사코페니아), 운동 능력 감소
- 신경세포/뇌 : 알츠하이머병 모델에서 펠로타 부족 시 병리적 단백질 축적 심화, 신경 연결 저하
▧ 핵심 메커니즘: RQC 시스템, mTOR, 자가포식
- RQC(리보솜 관련 품질 관리, Ribosome-Associated Quality Control)
- 펠로타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으로, 번역 중 문제 발생 시 결함 mRNA와 불완전 단백질을 제거
- 나이가 들면서 이 시스템의 효율이 떨어지면 세포 내 결함 단백질이 쌓여 노화를 촉진
- mTOR 신호 조절
- mTOR는 세포 성장, 영양상태, 단백질 합성 등 다양한 세포 신호를 조절
- 펠로타가 적절하게 기능할 경우, mTOR의 비정상적 활성화를 억제하여 노화 방지
- 자가포식(Autophagy) 촉진
- 세포 내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구성요소를 분해해 항상성을 유지
- 펠로타 활성화로 자가포식이 강화되면, 세포 기능 회복과 노화 방지에 기여
▧ 왜 중요한가? – 실질적 시사점과 미래 전망
- 장수 및 건강수명 연장
펠로타가 RQC와 mTOR, 자가포식 시스템을 적절히 조율해줌에 따라, 세포가 스스로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노화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퇴행성 질환 치료 전략
알츠하이머병, 근육 위축 질환 등 노화 관련 병리에서 펠로타 단백질 및 관련 RQC 시스템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 개인맞춤형 노화/질병 관리
향후 펠로타 수준이나 활성을 측정해 개개인의 노화 진행 상태를 진단하거나, 맞춤약물 개발에 쓸 수 있을 것입니다.
▧ 결론: RNA 품질 관리, ‘노화의 스위치’를 바꾸다
이번 연구는 DNA와 단백질 품질 관리에 머물던 노화 연구에 RNA, 특히 mRNA의 품질 관리가 노화와 수명에 직결된다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펠로타 단백질은 세포의 번역 시스템 오류를 신속히 해결하는 ‘세포 청소부’일 뿐만 아니라, 생명체의 노화를 강력히 조절하는 ‘수명 스위치’로 밝혀진 것입니다.
현대 생명과학은 이제 RNA 조절의 영역까지 도달했으며, 미래에는 펠로타 단백질을 활용한 노화 방지 신약, 진단 키트, 건강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pnas+1
▧ 참고: 추가로 궁금하다면?
- 논문: Pelota-mediated ribosome-associated quality control counteracts aging and age-associated pathologies across species (PNAS, 2025.8.4.)
- 언론보도: YTN사이언스 및 국내 주요 일간지 과학 섹션
